박종은, 이상이
: Exister, Résister, Vivre 존재하고 저항하고 살아내다
Lien entre toi et moi
전시의 두번째 섹션인 <Exister, Résister, Vivre: 존재하고 저항하고 살아내다 >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담론을 다루고 있다. 다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쉽게 잊혀지는 이들은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증명하며, 자신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편견과 혐오로 점철된 사회에 저항한다.
박종은 : 1995, 서울, l'École Supérieure des Beaux-Arts Montpellier Contemporain (ESBA) 재학, based in Montpellier.
박종은 작가의 작업은 서구 사회와 동아시아 사회에서 가시화되지 않는 아시안 퀴어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성찰적으로 사유하고, 과감한 방식으로 마주보며 이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기에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진정 자유롭게 존재할 수 없다. 타인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사회 속에서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나아가 타인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La ddanseuse irréfléchie 몰지각한 땐스광
즉흥 퍼포먼스인 <몰지각한 땐스광 : 퀴어니스 / 인디 한남 > 에서, 그는 서울 한복판, 상징적 장소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에서 공공연하게 행해지는 퀴어와 여성을 향한 차별과 혐오에 저항하는 즉흥적이고 생기 있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가 착용한 뜨개 복면은 익명성을 지키며 사회적 소수자 중 하나로서 일상의 공간에 균열을 일으키기 위한 장치로 활용된다.
La ddanseuse irréfléchie : The Queerness 몰지각한 땐스광 : 퀴어니스
퍼포먼스 비디오, 음악 : KIRARA
2019, 서울
한복을 입고 복면을 쓴 퀴어는 성소수자 혐오시위의 본거지인 광화문을 지나 스스로를 제약없이 드러낼 수 있는 시청을 향해 나아가며 자유롭고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이성애자 중심 사회에서의 일상은 몰지각한 땐스광의 출현으로 인해 부서지고 무너진다.
La ddanseuse irréfléchie : L’homme coréen indépendant
몰지각한 땐스광 : 인디 한남
퍼포먼스 비디오, 음악 : KIRARA
2019, 서울
인디 음악 씬에서 성폭력 고발과 미투 운동이 일어난 직후, 몰지각한 땐스광은 ‘인디 한남’ 스티커를 홍대, 합정 등 상징적인 장소에 붙이며 다시 한번 즉흥적이고 전위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벽에 덕지덕지 덧붙여진 수많은 스티커들 위에 새로운 스티커를 붙임으로써 남성들의 견고한 카르텔을 공개적으로 비판한다. 작가는 수많은 인디 음악계의 남성 관계자들의 침묵과 동조를 규탄하며, 그의 인생의 대부분을 함께해 온 인디 음악과의 추억을 과감하게 찢어버린다.
Corum et moi 코럼과 나
스티커 사진
2020, 몽펠리에
<Corum et moi 코럼과 나>는 몽펠리에의 중심부에 위치한 컨퍼런스 홀 코럼에 대한 인식을 전복시킨다. 레이시즘이 남긴 상처들의 흔적을 시각화 함으로써 누군가에게는 공원을 가기 위해 지나가는 일상의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공간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레이시즘에 대한 시선을 변화시키며, 아시안 여성으로서 프랑스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이 느낄 일상 속에 만연한 공포와 두려움을 보여준다.
Traces d’existence 존재의 흔적들
벽면에 연필
2021, 몽펠리에
작가의 이름이 하얀 콘크리트 벽을 가득 메운다. 연필로 글을 쓰며 흔적을 남긴다. 손가락 하나로도 쉽게 번져버리고 때론 지워지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서 쓰여진 이름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외국인의 삶과 닮아 있다.
Les liens entre toi et moi 너와 나의 연결고리
퍼포먼스 비디오, 설치
2020, 몽펠리에
레이시스트에 대한 두려움과 환대받지 못한 이들의 존재는 <Les liens entre toi et moi 너와 나의 연결 고리>에서 다시한번 새로운 형태로 정제된다. 뜨개질로 연결한 다리를 넘는 퍼포먼스는 모든 경계에 서있는 폭력의 피해자들을 애도하기 위한 목적이며,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물질적이며 상징적인 이 경계선은 우리가 서로를 구분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작가는 우리와 당신을 ‘연결’하기 위한 상징적인 다리를 구현하며 연대라는 작업의 테마를 이어 나간다.















Gardienne 장승
흑백 사진, 나무, 철, 조각
2021, 몽펠리에
유머를 극대화 시킨 작품인 <Gardienne 장승>에서 작가 자신의 존재가 어느 곳에도 속할 수 없음을 유쾌하고 전위적인 방식으로 인정한다. 남근숭배에서 비롯된 장승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시하며, 여성의 생식기를 새긴 장승을 만들어 뿌리깊은 가부장 문화를 전복시킨다. 본인의 정체성을 직면하며 있는 그대로를 과장되게 나타낸 이 작품에서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다면, 자신만의 새로운 환대의 장소를 만들겠다는 작가의 다짐을 엿볼 수 있다.
Parler Ecouter Ecrire 말하기 듣기 쓰기
책
2021, 몽펠리에
책 <Parler Ecouter Ecrire 말하기, 듣기, 쓰기> 는 작가 본인의 인생 속 타인이 남긴 흔적들 (편지, 신분증과 글)을 보여주며 함께 살아간다는 것, 즉, 연대적인 삶에 초점을 맞춘다. 타인이 남긴 다양한 기록들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확인하는 하나의 방식이며, 단편적인 기억들을 글로 옮겨 적으면서 한국에서의 삶과 프랑스에서의 삶을 연결한다. 한국어, 프랑스어 두가지 언어가 혼용되어 만들어진 이 책은 언어와 문화의 혼합에서 오는 정체성의 괴리감과 디아스포라를 시사하며 일종의 미로를 구현한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은 작가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듣는 청자가 됨과 동시에 당사자로서 인생이라는 이름의 미로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이상이 : 1999, 대구, l’Université de Paris 8 재학, based in Paris.
Verrouillé et chargé 장전
사운드 아트, 7분
2021, 파리
※ 심약자 주의 (중간지점부터 나오는 폭력적인 소음과 울음소리 등은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도 있으니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Verrouillé et chargé 장전>은 일상의 여러가지 소음으로 구성된 음향예술 작품이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으며, 그 중 봉쇄령이 내려진 나라의 시민들은 하루 종일 집에 갇혀 지내기도 한다. 공공 방역 조치로 인해 국가, 지역끼리 고립된 상황에서 ‘봉쇄’ 라는 사형선고 속에 살아가는 가정 폭력 피해자들. 이 작품은 그들을 위해 헌정된 음악이자, 무관심한 사회에 던지는 호소이다. 봉쇄된 곳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삶은 전쟁과도 같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총알 장전 소리의 유사성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지며, 장전 후 일촉즉발의 상황은 현재 락다운 시대에서 피해자들이 느낀 두려움을 함축한다.
발자국 소리, 문이 닫히는 소리, 손 씻는 소리, 집안에서 들리는 바깥 소음소리, 아기 울음소리, 커플 또는 부부 간의 싸움 소리 등, 이 소음들은 봉쇄기간 가정 폭력 피해자의 하루를 구성한다.
코로나 전염병 이전에도 꾸준히 존재해왔던 범세계적 문제인 가정폭력은 락다운으로 인해 그 낯을 더욱 밝히 드러냈고, 작가는 이를 노골적으로 자신의 작품에 녹아냈다.